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바로 일본으로 출국하는 등 전면대응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본래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만큼,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그만큼 삼성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런 이례적인 행보가 ▲메모리반도체 시황 둔화에 따른 반토막 실적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외교통상 갈등에서 비롯한 불확실성 증대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등으로 인한 컨트롤타워 기능 마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창립 이후 최대에 위기를 맞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빠르면 다음 달에 발표되는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서 최악의 경우 리더십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위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단기 실적을 넘어 중장기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시황 부진과 미중·한일 외교통상 갈등에 따라 실적 불확실성 문제는 삼성이 당면한 과제다.

앞서 지난 4일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돌입한 데이어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주력사업과 차세대 저략사업이 모두 발목을 잡히게 됐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소집한 사장단 회의에서 ‘컨틴전시 플랜(예측하기 어려운 사태가 전개될 경우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주문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때문에 회의에서도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 아니라 끝나지 않은 재판도 이 부회장과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로 전자계열사간 사업조율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맡앗던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도 손발이 묶이면서 컨트롤타워 기능이 마비됐다. 이로 인해서 삼성의 또다른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도 사실상 신사업 프로젝트가 멈췄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구속된 임원들이 M&A(인수합병)나 전략·재무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국정농단 수사 당시보다 사업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수 있다”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등판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도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서 이 부회장의 행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가 터지자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는 등 동분서주하고는 있지만, 한쪽에서는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은 물론 삼성이 느끼는 부담감은 적지 않다.

심지어 오는 24일 문무일 검찰총장 임기가 끝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지휘해 왔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이 부회장을 소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셈이다.

 

팩트인뉴스 / 정다연 기자 factinnews@fac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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