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주총회를 열었던 상장사 10곳 가운데 1곳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149개 기업은 감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섀도보팅 폐지와 3%룰 등의 규제 탓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업 경영에 발목을 잡고 있는 비합리적인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8일 한국상장사협회의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연 12월 결산 법인 1997개사(코스피 753개, 코스닥 1244개) 가운데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곳은 188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9.4%에 달하는 상장사로 10곳 가운데 1곳은 주총에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안건 부결이 발생한 76개사 기업보다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183개사는 중견‧중소기업이었지만, GS리테일 이월드(이랜드 계열), 하림 이니텍(KT 계열) 아트라스 BX(한국타이어 계열)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됐다.

부결된 안건은 총 238건으로 이 가운데 가장 많은 149건(62.6%)이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었다. 감사 선임 부결 건수는 지난해 56건에 비해서 166% 증가했다. 정관변경 안건과 임원 보수 승인 안건도 각각 52건, 24건 부결됐다.

올해 안건 부결이 증가한 것에는 섀도보팅 폐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섀도보팅이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해당 제도는 지난 2017년 말 폐지됐다. 이로 인해서 기업들은 상법에서 정한 의결 정족수를 채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보통결의의 경우 의결권 있는 주식 4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는 의결권 있는 주식 3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 3분의 2 찬성을 필요로 한다. 올해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대거 부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다 더해 감사 선임의 경우 3%룰이 발목을 잡고 있다. 3%룰은 감사선임 시 최대주주 지분율을 최대 3%대로 제한하는 것이다. 경영 감시 역할을 하는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의 영향을 제한해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오히려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회사는 과태로 500만원 처벌을 받게 되며, 새 감사를 선임할 때까지 기존 감사가 업무를 계속하게 된다. 문제는 현행 제도로 인해서 내년에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기업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상장사협회는 내년 정기 주총에서 상장사 230곳의 안건이 부결되고 감사 선임을 하지 못하는 회사 238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팩트인뉴스 / 정다운 기자 factinnews@factinnews.co.kr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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