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와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22) 하사가 자신의 전역을 결정한 육군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변 하사는 행정소송 등 법정대응을 통해 군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23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전날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변 하사는 “저 하나로 성소수자들이 국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복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면 괜찮지 않느냐”며 “육군에 돌아갈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변 하사는 2017년 기갑병과 전차승무 특기로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 후 군 복무를 이어가다 지난해 겨울 소속 부대의 승인 아래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 이후에도 여군으로 계속 군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육군은 이날 변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 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전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육군은 “이번 결정은 ‘성별 정정 신청 등 개인적 사유’와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인사법 제37조(본인의 의사에 따르지 아니한 전역 및 제적)에는 심신장애로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각 군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육군은 변 하사가 심신장애 등급표 상 ‘고환 양측 제거한 자’로 심신장애 3급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변 하사는 육군의 전역 결정에 불응하고 군에 복귀하기 위해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변 하사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의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고 싶었다”며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 때문에 꿈을 이루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이를 억누르며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내고 가혹했던 부사관 양성과정도 이겨냈다”고 밝혔다.

이어 “젠더 디스포리아(선천적 성별에 대한 불쾌감)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져 더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릴 때부터 갖고 왔던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생각하며 현역복무 부적합심의를 받으라는 주변의 권유도 거절하고 계속 버텼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을 때 억누르고 있는 짐을 쌓아두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성별정정 과정을 거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소속부대에 정체성을 밝혔고 소속부대에서도 저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사랑하는 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지만 군은 인권을 존중하는 군대로 진보하고 있다”며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는 군에서 조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사명을 수행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변 하사는 임관 이후에도 기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을 만큼 맡은 바를 열심히 했다. 그러나 남성의 성기가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군에서 쫓겨났다”며 “군인권센터는 시민사회에 트랜스젠더 하사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차별적인 측면과 절차상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소청심사위원회와 행정소송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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